기자가 지난 6일 찾았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위치한 한 대중목욕탕 여탕 입구
이 시국에 웬 대중 목욕탕?
네 맞습니다. 하지만 부산지역 코로나
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했던 틈을 타 지난 6일(5일 기준
15명) 오전 6시
30분께 집 근처(연제구 거제동) 목욕탕에 갔습니다. 근 7개월 만입니다. 코로나
19 감염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뜨끈한 대중탕에 대한 그리움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기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목욕탕 가고 싶은데, 마스크 쓰고 가면 안될까’, ‘시원하게 세신 좀 받고 오고 싶은데’, ‘목욕탕 안은 습기가 많은데 마스크를 써도 소용없겠지?’, ‘집에서 하는 목욕은 한계가 있으니…’.
이런저런 말들이 나올 때마다 대체로 누리꾼들의 반응은 “참아라”, “방수 마스크라고 있음 쓰고 가고 싶다”, “다 똑같은 마음이다”, “코로나
19 예방접종하고 편한 마음으로 가자”, “나는 미리 사둔 온천 입장권이 이제 너덜너덜해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목욕탕 도발(?)에 나섰습니다.
물론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꼭 하자’, ‘눈치 줘도 절대 마스크는 벗지 말자’ 등 스스로 체면과 조건을 걸고 말입니다. (※목욕탕에서 마스크를 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된다는 근거는 없음).
마스크 필터가 젖을 수 있어 여분으로
KF94마스크 한 장을 더 챙겼습니다.
목욕탕 출입구 쪽에 비치된 개인정보동의서를 작성하고 드디어 목욕탕 탈의실 문을 여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사람들을 피한다고 생각하고 새벽에 목욕탕을 찾았던 것인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솔직히 ‘겁’부터 났습니다. ‘다시 돌아가야 하나…’.
하지만 뜨거운 탕 속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가 어렴풋이 보이길래 도저히 발길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처음 마음 먹었던 것처럼
KF94 마스크를 한 채 목욕탕에 들어갔습니다.
기자가 지난 6일 찾았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위치한 한 대중 목욕탕 입구
발을 내딛는 순간 안에 있던
13명 남짓한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기자에게로 쏠렸습니다. 위아래 훑는 것은 물론 한참 동안 기자를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부끄러움은 잠시’라는 생각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잡고 샤워부터 하였습니다. 잠시 머리를 감거나 세수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특히 세수 후에는 마스크 필터가 젖지 않도록 얼굴을 마른 수건으로 닦아냈습니다.
그리고 7개월 만에 그토록 원했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습니다. ‘아~ 이 얼마만의 행복인가…’. (마스크 때문에) 고개를 빳빳이 든 채 몸을 담갔지만, 5분가량 탕에 있는 순간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몸은 불었을까.’
평소라면 온탕, 미온탕을 번갈아 가며 몸을 불렸을 터인데, 이 또한 욕심이라는 생각에 얼른 탕에서 나와 제자리에 돌아와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밀지 못했던 때를 부리나케 밀었습니다. 따끔거렸지만 너무나 시원했습니다. ‘아 그래 목욕은 이런 맛이이었지….’
그 순간 세신사 두 명이 목욕탕으로 들어왔습니다. 평소라면 등이라도 밀었을 터인데, 엄두도 내지 못하고 눈인사만 나눴습니다. 세신사 모두 마스크는 챙겨왔지만 착용하지는 않았습니다.
30분가량 목욕을 마치고 탈의실로 나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물기를 닦고 탕에서 썼던 마스크는 버리고, 챙겨온 새 마스크로 교체해 썼습니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은 기자를 제외한 탈의실에 있었던 나머지 두 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점입니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위치한 한 대중 목욕탕. 코로나19로 임시 폐업해 다른 목욕탕을 이용해 달라는 공지를 목욕탕 입구에 붙착했다.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목욕탕, 사우나 등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입과 코를 다 가리는 마스크 쓰기가 의무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오히려 일일이 단속할 수 없기에 해당 수칙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는 자신은 물론 이웃을 위해서라도 규칙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40여 분간 마스크가 젖을까, 노심초사했지만 그래도 역시 목욕탕에서 하는 목욕은 정말 좋았습니다. 목욕은 대중 목욕탕에서 하는 것이 제맛이지요.
부산지역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면 조만간 다시 또 찾고 싶네요./[출처: 부산일보 2021.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