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추억을 회상해 보면 대부분 술집에서의 기억이 많다. 기쁘게 웃던 날도, 힘들어서 친구에게 토로하던 날도, 모두 술집에서의 일이다. 그만큼 술집은 술을 매개로 사람을 소통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며, 희로애락도 함께 있는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인간의 소통을 추구한 술집이 이미 4000년 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의 술집은 어떤 느낌일까. 기록상 가장 오래된 술집은 바빌로니아 맥주집. 기원전 18세기의 함무라비법전에 기록되어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외상값에 대한 지침이 나와 있다는 것. 또 판매원이 맥주 양을 속여서 팔면 물 속에 던져졌고, 승려(종교인)가 술집에 오면 화형에 처했던 기록도 볼 수 있다. 당시의 술은 부유물도 많고, 벌레도 자주 빠져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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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테베의 무덤 내 벽화. 과음으로 맥주를 토하는 여성의 모습이다. |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은 맥주와 마늘이라는 주장도 있다. 뜨거운 사막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시원한 맥주가 필요했고, 또 강장제로써 마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불되는 샐러리에 맥주 역시 포함된다. 이집트는 바(
Bar)에서 맥주와 와인이 함께 판매되었는데, 맥주는 직접 만들었지만 와인은 소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수입했다. 포도재배에 이집트는 기후가 안 맞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테나이오스는 이집트의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사람들이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 취기를 높게 한다라고 하고 있다. 다만 과음한 자에게는 손에 불에 데게 하는 등, 과음에 대한 엄격한 분위기가 남겨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늘 경계했던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5세기부터 화폐경제가 성장, 본격적으로 술집 문화가 번성하게 된다. 대표적인 문화는 함께 와인을 마신다는 것에서 유래한 심포지엄(
symposium). ‘
sym(함께)+
posis(마시다)’로 함께 와인을 마시다란 뜻을 의미한다. 참고로 이 심(
sym)이라는 단어는 많은 단어에서 볼 수 있는데, 교향곡의 의미를 가진 심포니(
symphony)는 ‘
sym(함께)+
phone(소리)’, 그리고 심벌(
symbol)은 함께 묶었던 증표가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한다.
고대 로마는 와인 문화를 서유럽으로 전파했다고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로마가 와인은 아니었다. 맥주 중심의 국가였으나 기원전 168년 그리스를 정복하면서 와인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한국의 주막과 유사한 숙박시설이 있는 타베르나(
taverna)라는 술집이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리스에서 가져온 술의 신 디오니소스(로마명 바쿠스)의 표시를 달아 다른 식당들과 표시를 달리 했다. 참고로 로마인은 하루에 세 끼를 먹었으나 점심을 가장 많이 먹었다. 로마 역시 농민이 가장 많았고, 오후부터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에는 비교적 적게 식사했는데 이유는 바로 전깃불이 없었다는 것. 등불이 있어봐야 어두워서 제대로 음식도, 술도 즐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혁명 이전의 술집은 모두 낮술이 상당히 번창했다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지인들과 술 한잔 하자고 말 한번 하기도 무척 꺼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이러한 술집 문화는 4000년 전부터 있었다는 것. 곧 코로나가 종식되고, 그동안 못다 한 수다도 실컷 떠는 편안한 술자리를 하루빨리 기대해 본다.[출처:세계일본_2020.03.21]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